마음의 풍경/일상소묘

구월... 구월입니다

잎푸름 2013. 9. 2. 14:29

구월입니다.

'시월'처럼 달을 호명할 때, 기분 좋은 혀굴림 '구월'

 

월요일 아침, 눈을 뜨자 어이없는 마음의 칭얼거림이 솟아 올랐지요. 휴일 너머 특유의 그 게으름이 내지르는.

침대 머리맡에서 창문으로 하늘을 바라봅니다. 이 무렵의  아침 하늘은 그렇죠. 옅은 안개로 시작하기 일쑤니, 제대로 그 얼굴은 보이진 않습니다.

그러나 느껴집니다. 알 수 있습니다. 상큼한 아침 공기의 구월 내음, 이내 그려지는 하늘 모습.

 

텔레비전 해외 소식 코너에서 본 내용입니다. 80대 노인이 먼저 세상을 떠난 부인을 그리워하는 가사를 적었다고 합니다. 그를 안 유명 뮤지션이 그에 곡을 붙여 들려주었더니, 그 할아버지 무척 아름다운 노래라며 감동해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러면서 그들의 젊은 날 모습을 사진으로 보여줍니다. 아, 너무나 흔한 얘기지만... 아, 그들에게 너무나 성성한 젊은 시절들의 반짝이는 모습이 저러했구나. 선남선녀였던 그들도 세월의 더깨 앞에선 늙고 또 누군가는 먼저 먼길을 떠나가고.

 

아직 젊은(?) 내 육신을 어루만져 봅니다. 딱히, 병원 신세 질 일도 없고 특별한 근심도 없는 일상에서

기껏 월요일이 주는 가벼운 부담감에 잠 깬 아침이 무겁다니... 참으로 어이 없는 마음이지요.

 

높뜨락에 올라, 오히려 팔월 말에 접어들면서 맹렬히 가지를 드리우는 수세미 화분에 퇴비를 더하고 물을 줍니다. 아침 일찍 암술에 꽃이 하나 더 피어서 네 개 정도의 열매가 맺혔습니다. 부피 적은 화분 통에 한 개 열매도 감당하기 어려운 덩굴 식물이 4개의 열매를 성숙시킬 수 있을까요? 지난 여름, 두 포기 중 한 포기는 열매 하나에 시달려 전체 덩굴이 시들한 것을 겪었기에 하는 말입니다.

어쨌거나, 나는 그 곁에서 열심히 그의 구월을 응원할 따름입니다.

 

출근 길

산벚나무를 봅니다.

우듬지에 벌써 가을 빛 몇 깃들었네요.

공기 내음만으로도 황홀한 구월, 계절의 절창... 봄은 봄대로, 여름은 여름대로 또 다가오는 가을은 가을대로

저마다의 빛깔과 저마다의 이야기와 저마다의 삶이기에 소중하고 아름답습니다.

 

구월...

구월입니다.

 

'마음의 풍경 > 일상소묘'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구월 한 때  (0) 2013.09.26
토요일.. 호우주의보..   (0) 2013.09.14
비내리는 날  (0) 2013.08.23
맛있는 공기  (0) 2013.06.10
맛있는 오월 공기  (0) 2013.0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