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나더러
걷기 중독이라고 농담 삼아 얘기한다.
그래 어쩌면 중독일지도 모른다.
오늘은 오전부터 테니스를 하고 오후엔 스크린을 하고..
그러곤 다시 이른 저녁 식사후 산보를 나선다니 그렇게 말 할 만도 하지.
하지만 걷기 위함이 아니니, 엄밀히 말하자면 걷기 자체의 중독은 아니다.
나를 붙잡는 것은 바람, 이 즈음의 저녁 공기의 즐거움이다. 공기에 중독 됐다.
첫 논길을 접어들면 갓 팬 벼이삭들이 여리게 뱉어내는 그 내음 느껴본 적 있는가?
구수하기도 까슬하기도한 은은한 벼이삭들과 뒤섞인 저녁공기.
그리고 강변으로 접어들면 물기 얹은 한결 시원한 공기들이다.
훌쩍자란 길섶 느티나무 벚나무가 위에서부터 걸러내 준 청량한 공기..
길이 이어져 산 모롱이로 접어들면 능선을 타고 내려온 산공기가 강바람과 합세한다.
그네들은 더 깊고 그윽하게 폐부로 접어들어 나를 혼미한 무아지경에 빠트리니...
놀을 보거나 돋아오르는 달을 보거나 풍경을 보는 것 그리고 걷는 것은 그저 덤일 뿐이다.
공기 중.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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