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밤이었나요?
1학년 샘들은, 곧 있을 1학년 지리산 등산에 대비해서 주말 대둔산엘 간다고 하더니
느닷없이 설악산 한번 가볼까? 누군가의 말에 의해, 주섬주섬 밤 11시 무렵에 출발을 했답니다.
난 그저, 부러움 반 섞인 눈으로 잘 다녀오라 했더니
무박 2일 일정으로 오색-대청봉-수렴동계곡-백담사 산행을 다녀왔답니다.
월요일 아침 한 선생님은 다리를 절고, 다른 한 선생님은 몸살 기운이 있다며
그렇게 힘든 코스인 줄 알았다면, 알고는 못 갔을 거라고 고개를 절래절래 흔듭니다.
세상에!
그 아름다운 수렴동계곡을 땅만보며 걷다가 오다니요. 그것도 군인들 행군하듯 꼬박 쉴 새 없이 하루 새벽에서 저녁까지 줄창 걷기만 하다가 오다니요!
그 계곡을 두 번 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한 번은 백담사 쪽에서 친구 둘이랑 함께 거슬러 올랐구. 다른 한 번은 반대로 내려섰더랬는데, 그 땐 혼자 산행였답니다.
소청에서 하룻밤을 재겨 자기도 하고, 봉정암 근처 풍광에 넋을 내려놓고 쉬기도 하다가
수렴동계곡의 아름다운 모습에 눈을 씻기도 하였는데... 그러고도 내려서는 길은 아쉽기만 하였답니다.
느리게, 더디게......
이젠 체력이 예전만 못하여 그렇게 여우의 신포도처럼 산을 대한다고 말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속도 대신에 얻은 풍광과 여유와 산빛과 청정한 산내음이
얼마나 그득히 마음의 옷깃을 적셔 주었는지 모른답니다.
그러고보니,
요 근래엔 깊은 산 가는 일이 참 드물었네요.
가깝고 한적한 산에서도 그 기운을 느끼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 아니니 그런가 봅니다.
기실, 마흔 근처엔 근처 야트막한 산은 산도 아니라고 오만한 눈으로 그를 대하기도 했거든요.
그러나, 여전히 설악은 그립습니다. 그리고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저녁무렵 소청산장 앞을 드리운 그 형언할 수 없이 먹먹한 대자연의 풍광들과
눈쌓여 고립된 듯한 세상에서
꿈속인 듯 아득하던 날들의 기억들.....
어제부터 오늘 아침까지 줄기차게 내리던 비가 그쳤습니다.
벚나무 몇은 가을 채비로 볼을 붉히고 있지만,
아직은 청정한 푸른 잎들 성성합니다.
구월이 지고 있지만, 아직 시월내내 이 푸른 빛들 숨결 그득 채워두어
겨우내 그리움의 양식으로 삼아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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