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랑훼즈 협주곡...
관현악의 배경음이 애잔하게, 그리고 아스라하게 물무늬를 놓는 가운데
기타의 튕김 음이 공간을 가로지른다.
아득한 심연, 저층에서 그 옛날의 시간들이 두레박으로 길어올려진다.
눈을 감는다.
며칠 전, 저장되지 않은 휴대폰 낯 선 번호를 타고 음성이 들려왔다. 선생님 저 아시겠어요? 허영근입니다.
퍼뜩 떠올랐다. 20 여년전 쯤, 친구가 운영하던 클래식 기타 학원 한 켠에 기타를 배우던 고등학생이었던 그 소년..
세월 너머 저명한 기타리스트가 되어선
거창군에서 열리는 신년음악회에 초대되었단다.
뒤늦게 남은 자리가 운 좋게 무대와 가까운 자리다.
필하모닉의 소리 무게를 견디자면, 기타는 가녀리다. 그의 음색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선 확성 장치가 필요한데
그것이 좀 아쉽다. 기타 소리를 제대로 드러내주지 못하는 듯한...
그러나, 울려나오는 아랑훼즈 협주곡은, 스무 해도 더 전인
시간의 푸른 물결을 거닐기엔 부족함이 없었다.
허름한 건물 3층 한 켠... 음악과 미술과 서툰 인생관으로 부단한 시간들을 잇던.. 그 푸른 언덕의 시간들과의 거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