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립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모두 그립습니다. 봄은 더욱 그렇지요.
개학 첫 주가 지나고, 둘째 주에 접어들었네요.
첫 삼월의 뒤채임과 북적임이 요란스럽긴 하지만, 나름 괜찮습니다. 그 바쁜 시간의 서슬에 잡다한 생각으로부터는 벗어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에 더하여 참으로 아픈 일이 하나 얹혀졌는데... 그건 참 나빴습니다. 나.빴.다...
'나빴다'라고 쓰니 이 표현 참으로 모호하네요. 그게 나쁜 일이라고만 싸잡아 명명할 만한 것인가.
그러나.. 강도를 높혀 표현하려해도 마땅한 말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한 삼 년 전쯤부터 몹쓸 병을 앓아온 친구의 부음을 들은 것은 지난 토요일 아침이었답니다.
주말내내 장례식장에 자릴 지키고 있었고
어제 오후엔 급기야, 가로 세로 삼십 센티미터 남짓 될 법한 나무 상자 하나로 돌아온 어릴적 동무의 모습은
현실인지, 비현실인지... 추상인지 구상인지
내내 인지의 기능을 제대로 가동할 수가 없었답니다.
토요일 날씨는 따뜻하다 못해 덥기까지 했습니다.
화장실에 갔더니 창문으로 바람이 불어오는데, 훈풍이었습니다. 얼굴로 와 부딪히는 따뜻한 바람...
살아 있다는 것은 이런 것을 느끼는 것이구나. 차가움으로 누워 있는 그 동무에겐 더 이상 이 소소한 느낌도 이어질 수 없는 것이로구나.
아이러니하게도 죽음에서 삶의 모습을 다시 보게 됩니다. 그것이 어쩌면 인간의 어리석음이고, 또한 현명함이겠지요.
포항에서, 울산에서 산불이 이어지고
장례예식장 창너머로도 인근에서 일어난 산불이 화산처럼 연기를 내뿜는 광경을 간간 보면서 접견실 벽에 씌인
'시간이 없습니다. 지금 바로 사랑하십시오' 같은, 경구를 새삼스럽게 주억거리던 그 토요일... 그리고 너머 일요일과 월요일.
화요일 오후...
점심을 먹고 나서 교정 한 바퀴 걸어보았습니다.
본관 앞 쪽 동백은 혹독한 겨울 추위에 상처를 입었나 봅니다. 얼어서 말라버린 잎과 부풀리지 못한 망울...
남녘에선 동백 붉은 빛이 흐드러지더라는데... 세 그루 동백에서 꽃 한 송이 볼 수가 없더군요.
그러나 그 옆 산수유 두 그루는 꽃을 틔우기 시작했네요. 그 소식 접한 꿀벌 몇 마리 웅웅 날갯짓도 이어집니다.
산벚나무에게도 가서 열중 쉬어 자세로 그 모습을 경청해 보았습니다.
그저 우연히, 자연스럽게 꽃을 틔우고 잎을 재생해 내는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얼마나 많은 시간의 고통과 슬픔과 맨살의 추위를 견디고서 맞이하는 봄일까... 생각하면 늘 내 모습이 부끄럽기만 합니다.
더 어리석어지고, 더 좁아져만 가는 내 속의 숱한 나
다시 바.라.봅.니.다..
그래도 봄이 옵니다.
봄이 온다니 숱한 위무들이 수상한 생각들이 내지른 여린 맘 가지들을 다둑여줍니다.
괜찮다 괜찮다 생은 아름다운 거야 생은 아름다운 거야
......
말하는 당신
언제나이듯 내내
그런 당신이 그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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