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며칠 전까지 가을 빛이던 거리는
지난 주말 비 내린 뒤로 나목이, 겨울 풍경이 되어버렸습니다.
훨씬 더 일찌감치 겨울 채비에 나선 산벚나무는 말 할 것도 없이 곳곳 뿌려지는 풍경에서 어슬한 추위 내음이 나는군요.
주말엔 두 아들이 있는 서울엘 다녀왔는데... 북녘인 그곳엔 생각과 달리, 무르익은 가을빛으로 한창이었습니다.
북적대는 사람 물결 속이었지만, 인사동 거리엔 은행나무 노오란 빛이 발끝까지 채였고
밤 불빛 속이었다는 아쉬움은 있었지만, 무엇보다 광화문 안팎의 늦은 가을 잎들의 풍경은 참 고왔습니다.
곱고도 아름다웠습니다.
수능 시험이 끝난 3학년 교실과 복도는
풀어진 긴장과 낯 선 두려움과 설익은 기대들로 뒤엉킨, 한 해가 저무는 어수선한 모습 그대로를 닮았습니다.
청/춘/들/...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들의 청춘을 부러워하는 만큼
나는 나의 연륜을 아쉬워하는 것일까요?
솔직히 말하지요. 그렇습니다.
내겐 정말 저들의 혼돈조차도, 불안과 불면과 방황조차도 빛나 보입니다.
어리석은 응시인 것을 압니다.
그리고 내 나이만한 때에 가져야할 모범 정답같은, 치장할 만한 반듯한 사고의 패턴도 알고 있지요.
출근 직전 텔레비전 한 프로그램에서, 네팔 산간 마을을 찾는 모습이 보였답니다.
길고 험한 산길, 산간마을, 사람들
또렷이 떠오르는 사람들의 눈망울
......
이 늦은 가을, 혹은 겨울 문턱
나는 다시 버릇이 된
봄 그리움을
벌써부터 재생해 냅니다.